25년 된 아파트 인테리어, 먼저 해야 할 건 공간보다 ‘사람’에 대한 설계였다– 예쁜 집보다 ‘나에게 맞는 집’을 만드는 과정
25년 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한다고 했을 때,
사람들은 보통 “이 집 얼마나 예쁘게 바꿀 거야?”라고 묻습니다.
하지만 제가 가장 먼저 한 질문은 이거였어요.
“이 집에서 누가 살고, 어떻게 살고 있는가?”
실제로 리모델링을 준비하면서,
저는 평면도보다 먼저 우리 가족의 생활 루틴을 정리했습니다.
단순히 예쁜 자재를 고르고 조명을 바꾸는 게 아니라,
우리의 일상에 맞게 공간을 다시 설계하는 것,
그게 진짜 리모델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.
이 글은 25년 된 40평대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서 직접 느낀 '사람 중심 인테리어 설계의 중요성'에 대해
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정리한 글입니다.
1. 집은 건축물이 아니라 ‘생활의 흐름’이었다
건축적으로 봤을 땐 4개의 방, 2개의 욕실, 하나의 거실과 주방이 있는 40평대 아파트였지만
저에게 이 집은 전혀 다른 기준으로 다가왔어요.
- 가족들은 어떤 시간대에 어디서 머물까?
- 가족들이 자주 마주치는 공간은 어디인가?
- 나는 하루 중 어디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가?
- 청소, 식사, 휴식, 수납은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가?
이 질문들을 통해 평면도를 다시 보니
방의 위치보다 생활 흐름에 맞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,
기존 구조에서 벽 하나를 없애거나 배치를 바꾸는 게
생활 만족도를 확 바꾸는 핵심 요소라는 걸 경험하게 되었어요.
2. 생활 루틴을 먼저 그려야 설계 방향이 나온다
아무리 고급 자재를 써도,
내 생활 방식에 맞지 않으면 불편한 집이 됩니다.
그래서 저는 리모델링 설계를 시작하기 전,
우리 가족의 하루 루틴을 정리해봤어요.
시간대 활동 구성원 필요한 공간
오전 6시 | 출근 준비 | 남편 | 주방, 욕실 |
오전 10시 | 세탁 및 집안일 | 아내 | 전체공간 |
저녁 6시 | 가족 식사 | 전원 | 주방, 거실 |
밤 10시 | 휴식 | 부모 | 안방, 거실 |
주말 | TV/게임, 청소 | 전원 | 거실, 각 방, 복도 |
이 표를 만든 후 설계를 보면
방 위치나 가구 배치, 조명 위치까지 자연스럽게 결정됩니다.
저는 이런 방식으로 ‘공간 중심’이 아닌 ‘사람 중심’의 집 설계를 실현할 수 있었어요.
3. 리모델링은 ‘불편을 해결하는 과정’이어야 한다
많은 분들이 예쁜 벽지, 트렌디한 가구에 집중하지만
실제로 살면서 체감하는 만족도는
“예전보다 얼마나 덜 불편해졌는가?”입니다.
예를 들면,
- 현관에서 손 씻는 루틴 → 현관 근처에 세면대 설치 고려
- 물걸레 청소를 자주 함 → 직배수형 로봇청소기 자리 확보
- 콘센트 위치로 불편함 겪음 → 자주 사용하는 위치에만 집중적으로 배치
이렇게 기존의 불편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과정이 바로 리모델링의 본질이더라고요.
4. 사람을 설계하면, 공간은 따라온다
저희 집은 결과적으로
- 무단차 구조 + 밝은 우드톤 바닥
- 서랍형 싱크대 + 키큰장 포함한 가전 설계
- 가족 회의로 정한 조명 밝기와 색온도
- 서재방엔 집중력 높은 조도 + 차분한 톤
으로 마감되었습니다.
이 결과는 트렌드를 따라한 게 아니라,
우리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먼저 설계한 결과물이었어요.
5.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분들께
디자인을 고민하기 전에
✅ 가족들의 루틴을 분석해보세요.
✅ 하루 일과를 시간대별로 나눠서 종이에 적어보세요.
✅ 그동안 불편했던 점을 리스트로 만들어보세요.
이 세 가지만 해도
공간의 크기나 자재의 종류보다 더 중요한 설계 방향을 잡을 수 있고,
나에게 맞는 집, 가족 모두에게 편안한 공간이 만들어집니다.